영화 - 케이크메이커 리뷰

케이크를 주제로 한 멋진 영화 혹은 케이크는 소재로만 쓰인 인간 드라마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 영화는 국적, 종교, 성별을 뛰어 넘어 인간이면 가질 수 있는 감정에 대해 매우 정적이고 아무렇지 않게 다가오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배고플때 이 영화를 보면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배고플때 보면 안되기도 하겠지만 보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뭘 먹으면서 보면 안되는 영화일 수도 있다.
출처: 다음 영화>

내가 막연히 상상으로만 생각했던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의 현대화된 배경은 신선했다. 랜드마크나 종교 사원과 같이 일부러 보여주기식의 배경이 아닌 정말 여행자 혹은 일상에 녹아드는 배경, 노면 전차, 음악을 틀어 놓고 왁자지껄하게 저녁을 보내는 시장 사람들 등 한번 쯤 예루살렘이란 곳을 종교적 관광지가 아닌 시티투어 형식으로 가보고 싶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한국 포스터는 한국 정서상 노출되면 안되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해외 포스터는 영화를 본 사람이면 "헉" 소리가 날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매우 잘 되어 있다. 이렇게 보니 해외 포스터가 더 마음에 든다.
출처: Rotten Tomatoes>

배경이 이스라엘이다 보니 유대 율법에 대한 얘기가 영화 시작할 때 친절한 자막과 함께 설명해 준다. 처음엔 쓸데 없는 설명이라고 생각했지만 영화 보는 내내 중요한 설정이고 이해가 없이는 영화를 보는데 조금 불편하기 때문에 일부러 검색해서 적어본다.

코셔: 영화 내용에도 자주 언급되고 설명도 나오지만 육류와 유제품에 대한 철저한 분리를 얘기한다. 오븐 쓰는 것, 식기, 계수대 까지 엄격하다.

샤밧: 유대교의 안식일인 금요일 저녁에 가족들과 모여 식사를 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주인공 토마스 역시 샤밧 샬롬만큼은 현지어로 얘기하고 아바트 집에 초대도 받는다.

German classic recipes로 만든 케이크와 쿠키가 어떤 맛인지 상당히 궁금하게 하는데, 토마스가 만든 모든 쿠키와 빵은 먹는 사람마다 맛있다며 칭찬 일색이다. 그런데 정작 어떻게 만드는지 물어보면 밀가루, 버터, 설탕의 정확한 계량과 반죽이라고만 한다. 독일식 쿠키가 먹어보고 싶어진다.

동성애가 영화의 큰 소재는 맞긴 한데, 오히려 동성애로 인한 캐릭터의 감정 보다는 어느 한쪽이 떠나감에 따라 다른 한쪽이 느끼는 그리움에 대한 감정이 더 중요 감상 포인트라고 본다.

여태까지 동성애에 대한 표현을 한 영화는 많이 봤지만 이렇게 섬세하고 정적이면서 롱테이크라고 느껴질 수 있게 촬영을 한 영화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 만큼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영상으로 어떻게 담아내서 표현하는 지를 아는 사람들이 연출한 영화라는 느낌이 막 온다.

동성애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성에 대한 그리움 역시 소름 돋도록 연출했다. 정말 팝콘을 먹으면서도 팝콘이 목에 걸려 먹지 못할 정도인데, 마찬가지로 아무 대사 없이 정적인 화면을 롱테이크로 연기를 하는데 정말 숨죽이고 본다는 표현은 이 장면을 위해 만들어진 말 같다.

마지막에 토마스를 보기 위해 독일로 찾아온 아나트의 미소에 나도 미소가 지어졌다. 인간의 감정이라는게 금기와 억압으로 해결되는게 아니라는 걸 안다면, 그리움 만으로도 미소짓게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그게 종교, 인종, 국가, 성별, 성격을 넘어서는 것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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