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킬링 디어 리뷰

콜린 파렐과 니콜 키드먼이 등장하는 영화라길래 봤다.

<니콜 키드만과 콜린 파렐이 불안한 표정으로 왼쪽을 응시하는 모습과 그 안에 위 아래가 뒤집어진 베리 케오간의 모습, 대가를 치러야지? 라는 문장이 뭔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출처: 다음 영화>

본격 관객들에게 불친절한 영화 계열 중 하나이다.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영화 보고 의미 부여해서 해석하기 좋아하는 사람과 평론가들일 것이다. 나 역시 불친절한 영화가 썩 좋진 않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려고 하는 메시지가 뭔지 정도만 전달해 줘도 괜찮다고 본다.

우선 킬링 디어라는 영화 제목의 뜻을 알아야 왜 이런 영화가 만들어 졌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능하다. 그렇다는 건 background knowledge 없이 즐기기 위해 영화를 봐봤자 별 도움이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것 역시 불친절의 시작이다.

에우리피데스의 그리스 비극 아울리스 이피게네이아를 검색해서 사전 지식을 획득해 보자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출처: 네이버 블로그, 격검서서님의 포스트>

세 주연 배우의 연기력에 대해서 논하는 것 보다는 내용 자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가장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마틴이 복수하려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아버지의 의료 사고 때문에 담당 의사에 대한 복수 까지는 좋은데, 그 복수가 단순히 설명으로만 보여지다 보니 어떻게 하반신 마비를 시켰는지, 눈이 충혈되게 했는지에 대한 단 하나의 단서, 대사, 장면이 없다. 그러다 보니 초능력이라도 발휘해서 뭔가 하나 보다 라는 기대감 역시 갖게 하는데 그런 내용도 일절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너의 가족은 너를 제외하고 하반신 마비, 눈 충혈, 사망에 이르게 될거라는 대사가 전부라는 것이다.

사실 관객들도 어떤 능력이 있다는 걸 믿고 싶게끔 만드는 장면이 또 있는데, 마틴을 지하에 감금하고 난 후에 스티븐의 딸이 날 다시 정상으로 만들어 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에서 뭔가 하반신 마비가 풀리는 장면이라도 나오면 초능력이 있구나 믿어보려 했지만 역시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 다음 얘기할건 사운드인데, 영화 내용과 크게 상관 없어 보이는 긴장감 있는 소음이 마틴이 등장할 때나 특별한 장면이 아닌 때 나오는데, 상당히 신경이 거슬리게 한다. 효과음 때문에 영화보다 짜증이 날 정도였으니까

연출 역시 밋밋하기 그지 없다. 하도 멋진 CG와 엄청난 연출의 씬들을 봐와서 그런지 카메라 화면이 상당히 정적이고 그 흔한 줌인아웃도 아주 천천히 이루어 진다. 마치 그런일이 있었구나 같은 장면을 제 3자가 멀찍이 바라보는 화면 같은 느낌.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제목을 충실히 이행하는 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가족 모두를 거실에 서로 삼각형의 꼭지점 위치에 앉혀놓고 누군가 한 명을 죽이는 장면이다. 누군가를 죽이긴 죽여야 하는데 차마 대놓고 죽일 순 없고 서로 누가 죽고 죽였는지도 모르게 얼굴에 뭘 쓰고 스티븐은 거실 가운데서 제자리에서 돌다가 총을 쏜다. 사실 맞출 확률보다 못 맞출 확률이 훨씬 많은데도 정확히 한 명이 죽게 된다.

이런 복수극이 일어난 원인은 스티븐의 마틴 아머지 수술 중에 일어난 의료사고이긴 한데, 정황상 스티븐이 술을 마시고 사고를 친건 맞아 보인다. 하지만 진짜로 그랬는지 증거도 없고 역시 흔한 과거 회상씬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다르게 해석해 보면 사실 스티븐은 정상적인 수술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긴 거였고, 사실을 잘 모르는 마틴은 잘못된 사실로 인해 잘못된 복수를 저지르는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친구인 마취전문가 아저씨는 스티븐의 잘못이라고 하고 스티븐은 마취전문가의 잘못이라고 하면서 서로 떠넘긴다. 이 역시 실제로 누구 잘못인지에 대한 내용은 나오지 않으므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고, 마틴 아버지 역시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대사만 있을 뿐 배우가 등장하지는 않으므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영화 마지막 장면을 보기 전까지 마틴의 초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궁금하긴 한데, 식당에서 멀쩡히 걷는 스티븐의 딸을 보면 역시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에 대한 대사 및 장면도 없이 멀쩡히 걸어 다닌다. 영화의 모든 장면은 정황만 있지 증거는 없는 셈이다.

결론
영화 보고 의미 부여 + 해석 하기 좋아하는 사람만 신나할 영화

--- 제목 해설
  • 원제는 "The Killing of a Sacred Deer"로 신성한 사슴 죽이기이다.
  • 에우리피데스의 그리스 비극 작품, 아울리스 이피게네이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 운명을 피할 길은 없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은 누군가의 죽음을 뜻하는 것 같은데 영화 내용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 영화 관람 정보
  • 2018-07-16 월요일
  •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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