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국가부도의 날

IMF를 겪었다면 느낄 수 있는 그 시대의 단편, 영화가 재미 있건 없건 그 시절을 다시 회고하고 싶다.

<그 시절의 다섯 캐릭터를 분할해서 보여준다. 김혜수 배우의 비율이 큰 걸로 봐서 김혜수 배우 위주로 영화가 흘러간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한 외국인으로 보이는 뱅상 카셀은 그 당시 IMF 총재인 미셸 캉드쉬라는 것도 짐작 가능하다.
출처: 다음 영화>

우선 먹먹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 당시 대학생이었고 우리 가족에게도 불어닥친 일이었는데다가 내가 피부로 느꼈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런데 이 영화는 당시 한국은행에 가상의 팀장이 존재하고 IMF 외환위기가 왔을 때의 픽션을 그린다. 그런데도 국가를 생각해서 의로운 일을 했던 사람들이 정말 있었던 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내 얘기를 먼저 해보자면, 아무것도 모르고 재밌게 대학생활을 했고 1학년을 마칠 때 쯤 되니 사건이 터져 나갔다. 물론 학교를 제대로 다녔던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내 동기들과 선배들 중에는 학교를 나오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또 우리 집에도 아빠가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었고 나도 학비를 벌기 위해 외환위기와 크게 상관 없는 공장에서 프레스 기계를 만지는 아저씨를 도와 알바를 했으며, 엄마는 환율 차이를 이용해 돈을 벌고자 일본으로 건너가 식당일을 하고 최대한 많은 돈을 한국으로 보냈다. 정말 정말 다행인건 자살율이 극도로 치닫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우리 가족은 버텼다는 거였다.

국가부도의 날은 각 캐릭터를 중심으로 시대를 살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윤정학 역의 유아인 배우는 제2종금사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기에 이 사태가 일어날 줄 알고 미리 준비한다. 그리고 그의 예측대로 기업이 부도가 나고, 원 달러 환율이 치솟고, 부동산 값이 폭락하며, IMF 를 끌어들이는 것 까지 모두 맞춰 나가고 그와 함께했던 두 사람은 부자가 된다. 윤정학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탁월한 기회주의자다.

갑수 역의 허준호 배우는 그 당시 흔하게 겪었던 모든 영세 기업의 대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어음이 종이쪼가리가 되고, 같이 사업하는 친구는 보증 사기로 감옥을, 거래처 사장님은 웃으면서 힘든 상황을 버티자고 했지만 끝내 자살을 택하는 극단적인 주변의 상황을 낱낱히 보여주고 있다. 그 당시를 살았던 아버지들은 갑수의 절망적인 상황을 크게 공감할 것이다.

재정 차관의 조우진은 모두가 욕먹는 캐릭터로 나오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국민을 개돼지로 알고 있는 차관급 인물이 벌이는 일과 대사 하나하나는 분노를 일으킬만 하다. 그런데 난 조금 더 극단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대신에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사실 욕을 먹는 캐릭터로 만들되,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걸 바로 잡기 위해서는 판을 싹 다 갈아 엎어야 한다는 걸 정당화 할 수 있는 근거를 보여주는 캐릭터로. 그러니까 사실 재정 차관은 유능한 인재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했지만 진짜 윗대가리들 부터 모두 정신차리게 하려면 이런 위기 사태를 만들어서라도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한시현 팀장의 김혜수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완벽한 캐릭터 연기를 보여준 것 같다.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어도 소신있게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보이는 캐릭터를 잘 보여준 것 같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영화의 마지막 역시 현재도 위기라고 강조한다. 세상을 깨어 있는 눈으로 바라봐야 할 때이다.

--- 영화 제목 해설
1997년 IMF 외환 위기가 있던 시절을 표현한 말. 뉴스에서도 국치의 날이라고 보도가 될 만큼 대한민국에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 때의 상황을 영화 제목으로 적절히 해석한 것. 영화 제목도 적절한데 제목이 default이다. 개발자인 나에게 default는 기본값이라는 의미로 많이 썼는데, 실제로는 태만한 상태, 의무를 게을리하고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라는 뜻도 있다.

--- 영화 관람 정보
2018-12-02
메가박스 청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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