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스윙키즈

예고편에서 탭댄스 추는 영화라는 걸 보고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 음악 영화 또는 춤 추는 영화를 보고 가슴이 뛰는 느낌을 받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도 보길 추천한다.

<창고 건물로 보이는 건물을 뒤로 하고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들의 밋밋한 자세의 포스터, 쟈스트 댄스 이 문장으로 이 영화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
출처: 다음 영화>

탭댄스는 사실 잘 모르지만 춤을 출때의 희열과 열정 같은 건 나도 20대 때 방송 댄스를 배우면서 많이 느꼈던 부분이라 기대하고 보게 되었다. 특히 춤 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등 예술쪽의 감성을 건드리는 영화들은 스토리를 뒤로 하고라도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민족혁명전사 로기수가 안타까운건 미제 앞잡이 들이나 배우는 탭댄스를 대 놓고 출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자기도 춤을 추고 그 희열을 느끼고 싶은데, 시대적 배경의 이데올로기가 그를 춤추게 하는 걸 방해하는 장면들이다. 영화에 빠져들어 보게 되면 그 시대적 장치들이 매우 거슬리고 "그게 뭐라고!" 분노하게 될 텐데, 그러면 이 영화는 잘 만들어진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다들 나름의 사연이 있고, 그걸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게 탭댄스를 같이 추는 것이다. 여기서 인상적인 장면 세 개가 있다. 일명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신 세계라고나 할까

첫번째는 포로들에게 매우 적대적인 미군들 네 명과 스윙키즈 멤버 네 명이 창고 안에서 춤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다. 춤 추는 장면 없이 미군들이 폭력을 휘두를 것만 같던 그 적막한 장명에서 갑자기 정말 갑분싸하게도 군무를 추면서 춤 대결을 벌이는데, 탭 댄스 멤버들인 스윙키즈가 이런 현실에서도 그들에게 대항해서 보여줄 수 있는 건 춤 뿐이라는 것이다.

<미군 네 명과 춤대결을 벌이는 그 창고에서의 장면!
출처: 다음 영화>

두번째는 로기수와 양판래가 각각 다른 공간에서 같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이데올로기를 벗어나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로기수는 창고에서 탭댄스를 추다가 북측 포로수용소 쪽으로 뚫고 나가서 계속 춤을 추는 상상을 하고 양판래 역시 잭슨 앞에서 흙길 위에 춤을 추고 빨갱이는 물러가라는 무리들 속을 뚫고 춤을 춘다. 그들은 그렇게 춤을 추면서 그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현실 속에서 넘어지는 장면은 이게 진짜 현실이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인것 처럼 보여서 슬프게 다가왔다.

<양판래는 여기서 fucking ideology를 외치며 흙길 위에서 이념을 넘어서는 상상을 하며 춤을 춘다. 춤을 추다가 넘어지는 장면은 이들의 시대적 현실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출처: 다음 영화>

세번째는 아무래도 마지막 장면일 것이다. 스윙키즈는 여러 난관을 뚫고 어쨌든 무대에 서게 되고 열정적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된다. 하지만 로기수는 북의 지령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작전을 수행하다가 형에게 들키게 되고 되돌릴 수 없는 사태로 빠져들게 된다. 이들의 꿈은 이념앞에 모두 무너지게 되고, 사실 영화를 보기 전 부터 예상할 수 있던 결말이긴 하지만 이들의 꿈이 순식간에 끝나는 장면은 허무하기만 하다.

<스윙 키즈는 크리스마스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지만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출처: 다음 영화>

춤 얘기 말고 배우 얘기를 해보면, 이다윗 배우가 영화 상에서 로기수의 친한 동지, 미제 앞잡이들을 물리치고 조국을 위해 선동하는 위대한 혁명전사로 나온다. 북한 포로들 앞에서 연설하는 연기를 보고 있으면 소름돋을 정도로 이념에 사로잡힌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연기를 너무 잘 하더라.

그 외에도 여러 배우들이 열연을 했고, 언급하지 않았던 다른 스토리들도 있다. 극단적인 이념에 둘러싸인 캐릭터들이 조금은 거북할 수 있지만, 춤을 추고 싶어하는 그들의 열정은 그 이념을 뛰어넘어 내 마음속에 들어와 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탭댄스를 추지도 못하면서 비슷한 동작을 흉내내 보는 걸로 영화의 여운을 풀어본다.

--- 영화 제목 해설
탭댄스를 추는 팀의 이름으로 수용소의 포로들을 교화시킬 목적 + 자신의 개인적인 작은 꿈을 이루려는 잭슨 하사, 마음 속으로는 탭댄스를 매우 추고 싶어하는 북한 혁명 전사 로기수, 중국인 포로로 춤 추는 것 만큼은 엄청 좋아하는 샤오팡, 4개국어를 구사할 수 있고 노래 실력도 있지만 생활고에 시달려 돈을 버는게 목적인 양판례, 피난길에 잃어버린 아내 매화를 찾기 위해 유명해지려고 춤을 추는 강병삼. 이 다섯명이 모여 탭댄스 팀을 이룬다.

--- 영화 관람 정보
2018-12-15
CGV 청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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