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그린북

그린북! 사실 유명한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해서 잔잔한 감동을 주는 독립 영화겠거니 했는데... 세상에

<영화 그린북이라는 타이틀과 달리 하늘색 차를 탄 두 주연 배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운전하는 아저씨는 여유가 있어 보이며 뒷좌석에 탄 흑인 아저씨는 더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다. 이 두 배우의 자세가 이 영화를 시작하게 하는 신분의 위치? 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출처: 다음 영화>
우선 이 영화는 죽기전에 반드시 봐야할 영화 타이틀에 올라야 하며, 2019년이 이제 2주도 안지났는데 2019년 꼭 봐야할 영화에 올려두고 싶을 정도로 매우 잘 만들었고, 인간의 생각과 감정이란게 어떤 건지 1962년의 미국의 상황을 매우 잘 그려냈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두 캐릭터가 주를 이루는 영화이므로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토미 발레롱가는 이탈리아계 출신이다. 딱히 기술이 있는 건 아니어서 술집이나 바 같은 곳을 다니며 일용직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가장이다. 그런데 그의 별명인 떠버리 토미 (Tomy Lip)에서 말해주듯이 언변과 어느 정도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시각이 확고한 편이다. 특히 흑인에 대한 멸시가 일상적이고, 영화 처음의 술집에서의 일화도 나왔듯이 사람들 상대하고 뚜드려 패고 하는게 그의 일이다. - 실제 흑인을 무시하고 멸시하는 행동은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그 주변의 인물들이 그에 대해 묘사하는 걸 봐서는 멸시하는게 맞아 보인다.

또 다른 주연 돈 셜리 박사는 이미 타이틀 부터가 박사(Doctor)이다. 출신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피부색 (Colored)이 그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시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실제 그는 박사 타이틀을 받을 정도로 지식인 계층에 속하며 부유한 환경 속에서 피아노를 배워 피아노 3중주를 할 정도로 매우 훌륭한 피아니스트이며, 주변의 지식인들과 정치인들과도 친분이 있는 상위층에 있는 사람이다. 식사도 식기와 식기 도구가 있어야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쓰레기도 아무데나 버리면 안되고, 격식있는 말을 하고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진짜 상류층 사람으로 나온다. 그런 셜리 박사도 무대에서 피아노 연주할 때는 박수를 받지만 무대만 내려오면 온갖 무시와 멸시를 당하는 그런 사회속에서 덤덤히 받아들이고 그걸 이겨내기 위해서는 인내하고 예의를 갖추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상반된 생각을 가진 두 사람이 같은 차를 타고 셜리 박사의 연주 일정에 맞춰 순회 공연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멋지게 담아낸 영화이다.

흑인은 밤에 통행 금지

어느 주에 가니 흑인은 밤에 통행금지가 법으로 정해저 있다. 토미와 설리가 밤에 다음 공연 일정을 위해 이동하는데 경찰이 그들을 가로막는다. 백인이 운전하고 흑인이 뒤에 앉아 있는 부분부터가 마음에 안든 경찰이 토미에게 막말을 하며 인권을 무시하는 행동을 하자 토미도 성질이 있어서 경찰을 팬다.
그렇게 구치소에 갇히게 된 그들은 셜리의 인맥을 통해 경찰서를 나오게 되긴 하는데, 셜리는 그 상황을 매우 치욕스럽게 생각한다. 충분히 변호사를 선입하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대응하고 내 무죄를 입증하는 절차를 거치면 되는데, 나라를 위해 일하는 주지사 나으리를 호출해서 경찰서에서 나오게 해달라는 것 부터가 무례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것도 토미와 또 상반된 시각차이로 인해 둘이 다투게 되고 둘이 그렇게 싸우면서도 서로의 입장 차이를 더욱 이해하게 된다.

KFC

역시 공연 일정에 맞추기 위해 이동하던 중 켄터키 주에 들어서게 된다. 켄터키 주는 그때도 프라이드 치킨이 유명했는지 토미는 현지에서 이런건 먹어줘야 하나면서 큰 통에 담긴 치킨 한마리를 시킨다. 하지만 셜리는 차 안에서 음식을 손에 들고 식사를 해 본적이 없어서 계속 거부하지만 먹다 보니 맛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렇게 토미와 조금 친해지게 된다. 먹고 남은 닭뼈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셜리에게 토미는 그냥 창 밖에 던져 버리는 행동을 하자 셜리도 따라서 일탈을 한다.

옷가게에서의 일화

또 어느 주에 들어서서 거리를 걷던 중 아주 훌륭한 테일러 샵을 발견하고 셜리는 머뭇거린다. 토미는 한번 입어보자면서 들어가기를 권하는데, 셜리는 이미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벌어질 일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가게 주인은 토미가 입을 옷이라고 생각하고 건네주지만 토미가 셜리에게 옷을 건네서 입어보라고 하자 가게 주인은 흑인은 안된다고 한다.

설리 박사는 진짜 배운 박사

토미는 가족들과 떨어져서 운전을 하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의 부인이 시간날 때 마다 편지를 써 달라고 부탁한다. 평소에 그런걸 하지 않았던 토미는 처음에 편지를 쓸 때 무미 건조한 내용을 적는다. TV를 봤다 뭘 먹었다 이런 내용들. 그런데 셜리와 토미가 친해지자 셜리가 토미가 쓰는 편지의 내용을 보고 편지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준다. 매우 시적이고 로맨틱한 내용의 편지 내용으로 알려주자, 토미의 아내가 그 편지를 보고 아주 좋아하는 장면도 나온다.

...
이 외에도 이 영화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무척이나 많다. 돌을 훔치면 안된다는 장면, 셜리가 왜 이런 굴욕을 당하면서도 공연을 하는 이유에 대한 것, 흑인은 술집에 가기만 해도 안되는 것인지에 대한 것, 냇킹 콜에 대한 일화, 흑인은 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못하는지, 밤에 또 운전하면서 갈 때 경찰이 차를 세웠을 때 관객이 느끼는 또 허무한 반응,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똑같이 차별을 하지 않는 점 까지 보여주는 것 등등 이 영화에서 얘기하고 싶은 모든 주제와 장면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고, 모든 장면장면과 대화들은 그들이 느끼는 사회의 차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히든 피겨스가 문득 떠올랐다. 그린북과 히든 피겨스는 심지어 시대적 배경도 1962년으로 같다. 히든 피겨스에서는 나사에서 일하는 능력있는 과학자들이 여자와 흑인이라는 것 때문에 차별을 받고 그걸 이겨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히든 피겨스는 무거운 주제지만 그걸 약간 발랄하게 풀어냈고, 그린북은 침착하게 그리고 더 심도있게 다룬 것 같다.

--- 영화 제목 해설
그린북은 영화 상에서 나오는 흑인 들을 위한 여행 안내서의 타이틀이다. 흑인들은 고급 호텔에 묵을 수 없고 아주 허름한 모텔 수준의 숙소에만 묵게 되는데 그 숙소들에 대해서 알려주는 안내 책자이다. 이미 이 책자가 있는 것 부터가 차별의 시작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다.

-- 영화 관람 정보
2019-01-11
메가박스 청라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