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

내가 본격적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한 해가 2009년 쯤인데 그 보다 훨씬 전에 나온 영화다. 유명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작품이라고도 하고 이번에 재개봉 했다고 해서 보게 됐다.

<전체적으로 음산한 숲에 미로로 들어가는 입구로 보이는 배경에 어린 여자아이가 작게 보인다. 오필리아로 보이는데, 포스터만 봤을 때는 어둠의 미로를 헤쳐 나가는 여자아이 오필리아의 모험 정도로 예측이 된다. 그런데, 실제 내용은 그게 아니라는게 함정
출처: 다음 영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는 셰이프 오브 워터의 클래식하면서 판타지가 가미된 영화를 먼저 접했기에 이 영화도 그렇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대로 크게 다르지는 않다. 현실세계와 겹쳐 신비로운 일들이 일어나는 걸 잘 묘사하는 감독의 특징이 13년이나 지난 영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나는 처음에 지하세계의 공주가 오필리아가 아니고 비달 대위의 가정부로 일하는 메르세데스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지하세계를 나왔지만, 그 정체를 숨기고 지내다가 보름달이 뜨는 때가 되면 갑자기 "내가 지하세계의 공주다!" 하면서 초능력을 써 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될 줄 알았지만 나의 큰 착각이었다.

그리고 또 중요하게 생각해 볼 게, 오필리아는 진짜 어디까지를 환상으로 보고 있는가에 대한 점이다. 마지막에 죽어가면서 지하세계로 들어가긴 했는데, 그게 상상속에서 일어난 일인지 실제 죽어가면서 까지 미션을 수행했으니 지하세계로 돌아가게 된건지 불분명하다.

판타지의 내용은 그 내용대로 전개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스페인 내전의 실상을 보여주는 장면도 나온다. 저항군과 쿠데타 군인들과의 대립 구도는 스타워즈를 떠오르게 한다. 저항군과 제국군. 스페인 내전을 잘 모르면 그냥 저항군이 착한편(?)이라고 보게 되고, 실제로 군인들의 수장 비달 대위의 인성은 매우 좋지 않게 묘사되므로 착한편 vs 나쁜편의 배경 설정 역시 셰이프 오브 워터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해리포터에도 나오는 맨드레이크도 여기에서 나온다. 그런데 미칠듯한 비명을 지르지는 않고 그냥 귀엽게 우는 정도(?)로만 나와서 판타지 영화에는 그냥 나오는 소재인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결말이 열려 있어서 이게 맞는지 아닌지 헷갈리는데, 마지막에 상상이던 아니던 오필리아가 지하세계의 공주가 맞다는 점에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요정들, 문지기 판의 수상적인 행동을 보면 사기꾼이 아닐까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거기까지 이상한 설정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본다.

기예르모 델 토로가 이런식의 작품을 계속 내 준다면 즐겁게 볼 생각이 아주 많이 있다.

--- 영화 제목 해설
판은 지하세계의 문지기로 어렸을 적 인간세계로 간 공주에게 다시 돌아올 기회를 알려주며 미션을 수행하게 한다. 그 미션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든 복잡한 미로 수준은 아닌데, 그냥 미로라고 부르는 듯 하다. 어쨌든 이 미로안에서 미션을 수행해야만 지하세계의 공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 영화 관람 정보
2019-05-03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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