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생일

세월호와 관련이 있는 영화라고 해서 정치적 소재가 있는 영화일까 걱정했는데, 그런 영화 아니라는 건 직접 보면 알 수 있다.

<설경구, 전도연, 그리고 아이들. 여느 가족사진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포스터인데 누군가의 생일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출처: 다음 영화>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감정 메마른 사람이 아닐까 의심을 해봐야 할 것이다. 그 정도로 슬프고 안타깝다.

영화 후반부에 몰아쳐서 울게 만드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는 주변에 모인 사람들의 눈물 콧물을 훔치는 소리가 난다. 그런데 극장 안에서도 같은 소리가 주변에서 마구 들린다. 마치 영화에서 나는 소리인지 같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소리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그 슬픔이 공감이 된다.

처음에 순남(전도연)이 왜 이렇게 까칠하고 왜 이렇게 퉁명스럽게 남편을 대할까 이유가 궁금했는데, 나중에 이유를 알 것 같은 내용이 많이 나온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 그런 것일까에 대한 장면은 갑자기 아들 방에서 서럽게 우는 장면일 것이다. 그 정도로 오랫동안 감정을 실어서 진짜 자식을 잃은 것 같은 연기를 한 전도연 배우가 놀라울 정도이다. 그 장면에서 옆집 대학생 딸이 덤으로 미워지기도 한다.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진행중이지만, 아직도 고통스러워 하는 가족들이 많다. 사실 그 가족들의 마음과 활동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는데, 그 가족들도 나름대로 현실을 파악하고 결정하는 가족도 있고 서로 위안을 얻으려는 가족도 있다. 그 가족들이 실제 가족들이라면 함부로 뭐라 할 수 없을 것 같다.

영화 소재와 상관 없이 가족을 잃은 슬픔에 대한 영화로, 이 감정을 정말 잘 표현해 내려고 노련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극적이지도 않고, 실망스럽지도 않지만 그 감정의 선을 이해하려고 따라가다 보면 마음속 슬픔에 대한 감정이 공감하듯이 폭발할 것이다.

다시 포스터의 문구를 보니 문구도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모든 가족들에게 바치는 위안". 글 다 쓰고 보니 또 슬픔이 밀려온다.

--- 영화 제목 해설
생일은 정일(설경구)과 순남(전도연)의 아들의 생일이다. 하지만 아들은 세월호 사고로 인해 죽고, 몇 년 간 연락을 하지 않던 정일이 순남을 찾아오던 해에 아들의 생일 추모 모임 전 까지의 두 캐릭터의 갈등과 슬픔을 묘사한 영화이다.

--- 영화 관람 정보
2019-04-26
메가박스 신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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