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에이프릴의 딸

예매율 높은 순서대로 봤던 영화를 거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좋은 영화들을 건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데, 에이프릴의 딸이 그런 영화인 듯 하다.

<제목 부터가 에이프릴의 딸이니 왼쪽에 있는 여자가 에이프릴이고 오른쪽에 있는 여자가 그 딸일 거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포스터만 봐서는 엄마가 백허그를 해 주고 있으니 따뜻한 가족영화라 생각할 수 있지만, 포스터 문구를 잘 보자. 엄마가 내 모든 걸 빼앗아 간다고? 무슨 영화인지 감이 잘 안오는데 보면 놀라게 된다.
출처: 다음 영화>

최근 본 영화 중 "충격"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영화를 꼽아 보라면 이 영화가 순위에 오를 것 같다. 말 그대로 충격 그 자체다. 한 줄 요약을 해 보면 엄마가 딸의 남친을 빼앗고 딸의 아기를 팔아 다시 데려와서 딸의 남침과 함께 살림을 차린다는 얘기인데, 나의 도덕 관념에 따르면 아직도 잘 이해가 안가고 있는 중이다.

영화 자체는 매우 정적이다. 정적인 영화는 사실 꽤 있는 편이나 이 영화는 정적인 영화의 Top3 안에는 드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일단 BGM 자체가 없다. BGM 없는 영화역시 떠올려 보면 몇 편 떠올려 볼 수 있지만, 보통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는 OST 정도는 나오게 마련인데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음악"이라는 사운드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영화 상에 집 안이나 거리에서도 나올 법한 음악도 안나온다. 그러니까 배우들의 대사와 음향효과만 있는 영화라고 보면 된다.

영화 시작부터도 충격을 준다. 어느 바닷가 옆의 집의 부엌을 비춰주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한 여자가 요리를 태연히 하는 와중에 방 안에서 남녀가 섹스를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요리를 한다. 그리고 섹스가 끝난 이후에 남녀가 등장하는데 등장하는 남자와 태연하게 대화를 하고 뒤이어 나오는 여자도 알몸으로 등장한다. 요 씬이 영화 첫 5분에 나오는 장면이다.

엄마 에이프릴, 작은 딸 발레리아, 큰 딸 클라라, 발레리아 남친 마태오 위주로 영화는 흘러간다. 이 중에 그나마 정상적인 캐릭터는 클라라 정도다. 발레리아는 미성년자인데 임신을 했고, 엄마는 가족을 버리고 출타한지 꽤 됐는데 갑자기 등장하더니 발레리아에게 미성년자이니 애기를 키울 수 없다며 애기를 팔아버린다. 남친 마태오는 또 어떤가? 변변한 직장 없이 아빠가 하는 모텔일 도와서 팁이라도 벌 생각은 있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빈둥대는 남친인데, 여친 엄마가 애기 보여주게 해 준다고 꼬시니까 또 별 생각 없이 살림차리고 여친 엄마와 섹스도 하고 함께 살고 그런다.

영화가 매우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거나 고어하지 않다. 또 마약류가 공포감이 조성되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매겨진 이유를 생각해 보면 매우 아주 잘 납득이 간다. 자라는 청소년에게는 매우 유해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적어도 아재가 된 내 기준에서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왠지 여운이 남는데, 왜곡된 모정인 에이프릴 보다는 정상적인 모정을 가진 발레리아의 선택을 응원한다. 생물학적으로 아빠인 마태오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물을 사러 간다며 아이와 함께 도망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잘했어!" 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 영화 제목 해설
에이프릴은 제정신이 아닌 엄마고 그 딸 미성년자 발레리아가 남친과 잠자리를 하다 생긴 애기를 두고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이다. 매우 도덕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은 멘탈 흔들리지 않게 정신차리고 봐야 하는 영화이다.

--- 영화 관람 정보
2019-05-15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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